여름 6월[夏六月]

1일 병오

더웠는데 소낙비가 내림. 오공동에 오르고 평기 집에 계시는 아버지의 안부를 살폈다.

초 2일

더움. 가는 비가 내림.

초 3일

더움. 가는 비가 내림.

초 4일

더움.

초 5일

더움. 이날은 소서(小暑)이다.

초 6일

비가 내림.

초 7일

개임.

초 8일

더움.

초 9일

더움.

초 10일

매우 더움.

11일

더움

12일

더움. 넷째 아우가 왔다.

13일

더움. 새벽에 선비(先妣)의 상례(喪禮)를 지낸 후에 율동의 묘소에 전배(展拜)하고 평기(坪基) 아버지를 문안했다. 넷째 아우가 갔다.

14일

더움.

15일

크게 더움. 이날은 초복(初伏)이다.

16일

극히 더웠다가 오후에 한바탕 비가 내림. 도사(都事) 심보섭(沈寶燮)이 왔다.

17일

더움.

18일

더움. 계당에 갔다.

19일

더움. 연기(燕歧)에 사는 김씨 어른이 왔다.

20일

더움. 진사 임공정(任公鼎)이 왔다.

21일

더움. 조금 비가 내려 흙을 적셨다. 이날은 대서(大暑)이다. 이로부터 날마다 비가 쏟아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날 묘시(卯時, 오전 5∼7시)에 왜인(倭人)이 대궐에 난입했는데 몇 만 명인지 모르지만 도성이 텅 비었다고 한다.

22일

더움. 삼군(三君)과 사군(四君)이 와서 묵었다.

23일

더움. 소나기가 조금 내렸다. 백씨(伯氏)가 오셨다.

24일

더움.

25일

더움.

26일

더움. 소낙비가 내려 흙을 적셨다. 오늘 청국병사와 일본병사가 성환(成歡)과 소사(素沙) 사이에서 전투를 벌였다고 하는데 승패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27일

더움. 소낙비가 조금 내렸다.
청국병사와 일본병사가 오늘아침 전투를 벌였는데 청국병사의 수가 적고 일본병사의 수가 많아 청국병사가 이기지 못하고 달아나 공주를 향해 가서 쌍수산성(雙樹山城)으로 들어갔다는 말을 나중에 들었다.

28일

더움. 오공동의 묘소를 살피고 풍동에 들렸다. 오후에 청국병사 몇 천 명이 공주에서 청주를 향해 갔다가 대교를 지났는데 이로부터 아침저녁으로 그 행렬이 끊어지지 않았다.

29일

더움. 청국 병사가 종일 대교를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