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짐꾼이 돌아가는 편에 아들에게 답장을 한다 [答阿子 二月二十八日 卜軍回去便]
보내온 편지가 밤이 지나니 오히려 위로가 된다. 꽃이 피어 아름다운 때에 정무(政務)를 돌보는 형편이 매우 괴롭지 않고, 둘째 며느리가 임신한 지가 5개월이 되어 잘 먹고 탈이 없다고 하니 이 밖에 기쁜 일이 무엇이겠는가? 이 아비는 고조(高祖)할머니 유씨(兪氏)의 기일(忌日)이 하루 전이라 그리움을 더 이상 이를 데가 없다. 네 어머니의 침식(寢食)이 여전하여 기쁘지만, 네 댁이 이질과 학질로 인해 다시 설사를 하고 원기가 점점 쇠퇴하기 때문에 어천(漁川)의 이준(以俊)에게 사람을 보내 데려와서 약을 의논하려고 한다. 시도한 전후의 약이 모두 조금의 효과도 없어 이 심화(心火, 홧병)를 풀어버리려 지난 번의 약천(藥泉)에 가서 머물러야 하기에, 다음 날 3일에 권유하여 보낼 계획이다. 산골의 보잘 것 없는 읍에서 비록 하룻밤을 지내더라도 견디기가 어려울 것 같다. 기일에 앞서 하인을 보내 마을안의 깨끗한 집을 골라 잘 유숙하게 하여 병이 더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명숙(明淑)이 전한 말을 들으니 매우 좋다. 이 읍의 아전과 백성의 습속이 크게 변하여 지금에 이르러서는 인사(人事)를 돌아보지 않고 도리가 저 군(郡)에 떨어지지 않는다. 인심이 이와 같으나 재물을 어떻게 내겠는가? 세상에 영위할 것이 없으니 어찌 하겠는가? 원용(元用)에게 받을 조(條)는 그가 정초에 운봉(雲峯)에 갔기에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독촉할 계획이다. 집의 재목 값은 200냥을 먼저 받았는데, 나머지 150냥은 재목을 운반할 때에 마저 보낸다고 하지만 어느 때인지를 알지 못하겠다.
묘표(墓標)를 묻는 일은 다시 생각해도 마찬가지이다. 관(官)에서 근실한 사람을 보내 치표(置標)하도록 하라. 모문산(牟問山) 앞의 여러 어르신들에게 이계상(李繼相)이 팔아먹으려고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먼저 신속히 하는 것이 어떠한가? 남이 먼저 차지할 염려가 있을 듯하다. 난수(蘭秀)가 저번에 실패를 당한 뒤에 원통함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려고 하니 23년 동안 서로 함께 이웃한 정분에 먼저 서운함이 절실하다. 며칠 내에 가서 문안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