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질(從侄)인 중두(重斗)에게 주는 편지 [書從侄重斗]
형님≪이용직≫이 교남자사(嶠南刺使, 경상감사)를 제수받아 감축할 일이라 여겨진다. 멀리서 축하하는 것을 참기가 어렵다. 사폐(辭陛, 임금께 드리는 하직인사)는 언제인가? 꽃이 피어 매우 좋은 때에 부모를 모시며 객지에서 지내는 형편이 괴로운 뒤에 별다른 큰 허물은 없는지, 형님이 지내시는 형편은 늘 평안한지, 현저(玄渚)의 안부는 그 사이에 들었는지, 이번에도 은유(恩宥, 죄를 용서하는 것)의 명을 받지 못하여 모두 염려되고 근심스럽다. 나는 여전히 병든 몸을 지탱하고 있고, 집안에 큰 변고가 없어 다행스럽다. 아신(牙信, 관아의 소식)은 자주 들었는데, 그 관아의 사무가 갈수록 어지럽고 괴롭다고 하여 걱정스럽다. 지난번에 형님이 영수각(靈壽閣)에서 숙배(肅拜) 할 때에 문에 몇 명이 배종(陪從)했는가? 나처럼 쓸모없어 버려진 사람이 참석하지 못하여 매우 부끄럽고 한탄스러울 뿐이다. 지금 수석(壽石)의 하인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형님이 연기(燕岐)의 산소에 내려와서 머무르고, 영영(嶺營)의 신영(新迎)이 20일쯤에 산 아래에서 대령(待令)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이것은 효(孝)의 이치상 살펴야하나 감사와 수령이 임소에 가기 전에 성묘하는 것은 풍속에서 크게 금기(禁忌)에 구애된다고 하니 옆에서 그만두도록 아뢰는 것이 좋을 듯하다. 만약 금기에 구애되지 않는다면 어찌 이와 같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