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에 아전 김정현(金正鉉)이 올라가는 편에 여주사또 김준근(金寯根)에게 편지를 한다 [書驪州使君金寯根 三月十一日 金吏正鉉上去便]
기호(畿湖, 경기와 충청)의 외진 곳에 소식이 끊긴 지가 오래되어 적막한 산골의 집에서 매우 그립습니다. 꽃이 아름다운 때에 정무(政務)를 돌보는 영감의 형편이 좋으신지, 아드님은 종종 보러 오는지, 갈산(葛山)의 안부도 종종 들으며, 사무는 매우 괴롭지는 않은지 매우 그립습니다. 저는 담증(痰證)으로 늘 건강하지 못하여 정말 괴로우나 집에 별다른 변고가 없어 다행스럽습니다. 제 자식은 흉년에 파탄이 나서 영락(零落)하고, 백성의 호소가 관문(官門)을 날마다 채워 어지럽고 괴로워서 틈이 없다고 합니다. 어찌 하겠습니까? 걱정스럽습니다. 이능(而能, 자(字)이다)은 편안하다고 합니까? 한번 소식을 전하는 것도 여의치 못하여 슬픈 감회를 붓으로 더하기가 어렵습니다. 수석(壽石, 이용직의 호) 종형은 벼슬이 정경(正卿, 정2품 이상의 벼슬)에 이른데다가 경상감사를 제수 받아 기쁘기는 하나 앞으로의 일이 근심스럽고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