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에 충길(忠吉)이 돌아가는 편에 아들에게 보낸다 [寄阿子 三月十八日 忠吉還去便]
그 사이에 제법 소식이 끊겼는데, 그저께 시장(市場)편에 편지를 받고 지금까지 위로가 된다. 비가 온 뒤에 정무(政務)를 살피는 형편에 큰 괴로움은 없고, 모두 잘 있느냐? 이 아비와 네 어머니는 그럭저럭 지내고 있고, 네 댁이 조심한 것이 차도가 있어 기쁘다. 조카 홍진이(洪珍伊)가 15일에 와서 쌓인 감회를 푸니 기쁘고 위로됨이 끝이 없다. 동학인이 흩어진 것은 어느 날인지 모르겠다. ≪그들의≫문자는 전부 읽어보았다.
흉년에 곡식이 귀하여 저들이 여러 날을 머무르면 걱정이 없지 않을 것이나 어찌 쫓아내지 않겠는가? 민간에 전령을 보내 특별히 농업을 권장하여 놀라서 동요하지 않게 한 것은 매우 좋다. 대개 수령 된 자는 이런 때를 맞아 사물을 진정시키고 백성을 안정시키는 방도로 진중(珍重)함 만한 것이 없다. 관아의 하나하나 움직이는 일이 상세하게 모두 밖으로 나온다. 마음은 고요하고 말은 과묵하게 더욱 근신하라. 한현보(韓玄甫)의 일은 정말 확실한 통보이나 송치삼(宋致三)과 박진사(朴進士)도 일이 있다고 하였다. 저번에 주아(朱雅, 아(雅)는 존칭)가 말한 곳을 일전에 최윤보(崔允甫)와 명숙(明淑)이 모두 가서 보았는데, 두 곳 중에 하나도 볼만한 것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