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명숙편에 아들에게 답장을 한다 [答阿子 三月十九日 明淑便]
충길(忠吉)은 어제 도착했느냐? 돈수(敦守)가 돌아와서 받은 편지를 재삼(再三) 읽어보고 위로가 되었다. 밤사이에 정무(政務)를 살피는 상황은 특별히 번거롭고 괴롭지는 않은지, 둘째 며느리도 여전히 편안하냐? 이 아비와 네 어머니는 여전하다. 네 댁이 조심한 것이 점차로 나아지는 경지에 이르렀고, 배꼽에 뜸을 연달아 시도했으나 아직 효과가 없다. 8대조 할머니 윤씨의 기일(忌日)이 하루 전이라 추모하는 마음을 이루 다 미칠 수가 없고, 제수(祭需)를 서로 맞추어서 받았다. 감영에 가서, 이런 때에 관아가 비게 해서는 안될 듯하다. 자세히 헤아려서 하라.
용금(龍金)의 병은 점차로 차도가 있기 때문에 명숙(明淑)이 보내도록 권유했으나 돈수가 한양에 가는 것이 매우 좋다. 책방(冊房)은 성격이 옹졸하고 일에 서툴다고 하는 말을 듣고 매우 근심스럽고 답답하다. 매일(梅逸) 남궁(南宮)이 어제 동학진영(東學陣營)으로부터 와서 말하기를, “광혜원점(廣惠院店, 경기와 충청도의 중간에 있는 지점)의 안면이 있는 놈 2명이 군대 행렬에 서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불러 그 속을 물어보았더니, 그 놈이 대답하기를, ‘장래에 고관(高官)이 되어 이 도(道)에 들어올 것이다. 양이(洋夷)와 왜(倭)를 쫓아낸 뒤에 우리나라는 천자의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가소롭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이 읍의 헛소문이 날로 예측할 수 없고, 벌이가 없는 사람이 스스로 소요를 저지르니 이 때문에 두려울 뿐이다. 망건(網巾)이 이미 만들어져서 보냈는데, 머리모양에 맞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