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인편(人便)에 생질 김세마에게 준다 [寄甥侄金洗馬 同便]
지난 번에 전해준 편지가 지금까지 위로가 된다. 늦은 봄에 부모를 모시며 벼슬살이하는 형편이 좋고, 모든 일이 편안하며, 옥린(玉獜)이 삼가(三加)를 하여 기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혼례는 어떻게 치룰지 멀리서 매우 걱정스럽다. 이 외숙(外叔)은 그럭저럭 지내고 있고, 집안에 별다른 변고가 없어 다행스럽다. 삼산(三山) 관아의 소식을 들었는데, 흉년에 파탄이 나서 사무가 번잡하고 괴로운 중에 동학배(東學輩) 수 만명이 속리산 아래의 장내촌(帳內村)에 집결했기에 좌수(座首)와 공형(公兄)을 보내어 사정을 물어보니, “왜(倭)와 양이(洋夷)를 쫓아내는 일로 이곳에 모였는데 그믐날에 무리를 나누어 물러날 것인데, 한 무리는 상경(上京)하고 다른 한 무리는 동래(東萊)로 내려가서 그들을 격파하려고 한다”고 하였다. 이것이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