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돈수편에 아들에게 보낸다 [寄阿子 三月二十日 敦守便]
어제 저물녘에 월준(月俊)이 돌아오는 편에 받은 편지를 펴보고 기쁘고 위로가 되었다. 비온 뒤에 보리기운이 조금 왕성해지는 때에 정무(政務)를 살피는 형편이 정말 괴로움은 없으며, 둘째 며느리도 편안하냐? 이 아비는 8대조 할머니의 기일(忌日)이 갑자기 지나가니 그리움이 미칠 데가 없다. 네 어머니와 네 댁도 모두 여전하다. 저들이 물러날 기약이 없어 읍의 일에 낭패가 많아 근심스럽고 답답하다. 조카 진(珍)이 며칠 뒤에 성묘를 하러 순흥(順興)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른다고 하였다. 그 형 초분(初分)의 팔자가 어찌 이처럼 기구한가? 매우 가련하다. 삼수(三守)가 이미 달아나려고 하니 찾는 대로 신속하게 기송(起送)하는 것이 어떠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