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3년 3월 23일 월봉이 가는 편에 보은≪수령에게≫보낸다 [寄報恩 癸巳三月二十三日 月奉送便]
며칠 동안 소식이 끊겨 매우 보고 싶었다. 돈수(敦守)는 어느 날에 길을 떠났느냐? 요즘에 정무(政務)를 돌보는 형편에 허물은 없고, 모든 일이 두루 좋으냐? 이 아비는 그럭저럭 지내고 있고, 네 어머니는 평안하다. 네 댁의 몸은 전에 비해 더욱 건강한데, 뜸 효과인 듯하다. 호서와 호남의 동학도가 합세하여 위세가 대단하다고 하니, 이것은 두렵지 않은가? 어제 오후에 그들 3명이 와서 편지를 전하기에 열어보았더니, 백미(白米, 쌀) 30석(石)을 3일내에 실어 보내면 곤란한 지경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매우 원통스럽다. 그러나 이런 흉년을 맞아 곡식이 부족하니 어찌 그것에 부응할 수 있겠는가? 백락(白落)을 보냈을 뿐이었다. 곧 여러 번 통지하여 만나 설명하려 했으나 문의 경계가 매우 엄중하여 들어가서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월봉(月奉)편에 모두 보냈다. 저들의 편지를 보내니 읽어 보아라.
추신 [追書]
편지를 쓴 뒤에 경옥(景玉)이 와서 전날의 소요를 대략 들었다. 근심이 적지 않다. 어(魚, 어윤중)대감이 어사(御使)가 되고, 순상(巡相)이 갈렸다는 것이 정말인가? 삼공형(三公兄)을 상사(上使)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가소롭다. 새 감사는 어떤 성씨가 되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