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조카 홍난유에게 답장을 한다 [答洪侄蘭裕 同日]
늦은 봄에 산골 집에 소식이 끊겨 근심스럽고 울적하였는데, 뜻밖에 중필(重弼)이 와서 아울러 보내준 편지를 받았다. 여러 번 읽어보니 위로가 되어 서로 마주보고 말을 하는 것에 필적할 만하였다. 그사이 여러 날이 지났는데, 중성(重省)하며 지내는 형편이 편안하고, 모든 일이 두루 좋으냐? 그대 집의 우례(于禮)는 다음달 6일로 정해졌는지 모두 그립고 근심스럽다. 이 외숙(外叔)은 편안한 날은 늘 적고, 늙고 쇠퇴하여 오는 증세를 어찌 하겠는가? 다만 집안에 별다른 변고가 없어 다행스럽다. 보은은 근래 동소(東搔, 동학교도의 소요)로 어지러운 중에 양호도어사(兩湖都御使)가 읍에 들어오고, 흉년에 결딴이 나서 어수선하여 여가가 없다고 하니 근심스럽고 답답하다. 너의 사정은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허다한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는가?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간신히 변통하여 소를 사서 보내니 팔아서 비용에 보태어라. 네 서조모(庶祖母)의 상(喪)을 듣고 매우 놀랐다. 중당(重堂, 조부모)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그것 때문에 대신 근심스럽다. 중필(重弼)의 성묘가 머지않아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