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중필이 돌아가는 편에 조카 홍난유에게 보낸다 [寄洪侄蘭裕 四月 十五日 仲弼回去便]
봉안(鳳安)이 돌아와서 받은 편지가 아직도 기쁘고 위로가 된다. 보리가 익어가는 서늘한 때에 중성(重省)하며 지내는 형편이 더욱 좋고, 네 댁의 우례(于禮)는 어떻게 치렀는지 그리움과 염려가 끝이 없다. 이 외숙(外叔)은 그럭저럭 지내고 있고, 집안 식구들이 별다른 변고가 없어 다행스럽다. 동학도에게 임금의 말씀이 동아줄과 같아서 저들이 종적을 감춘 것이 마치 해와 달을 비추면 도깨비가 형태를 숨기는 것과 같았다. 국가와 신민(臣民)을 위해 큰 다행이다. 너의 외형(外兄, 이종형)은 좌우로 접대하느라 심신이 피로하고 모양이 초췌하다고 한다. 형세가 그렇게 만든 것이니 어찌 하겠는가? 중필은 지난 달 28일에 성묘를 갔다가 이 달 7일에 별탈 없이 이곳에 돌아왔다. 겨우 며칠을 쉬고 갑자기 떠나가니 슬픔이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비가 자주 내려 진흙길을 어떻게 올지 염려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