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인편에 장성 서삼면 해평의 친척 송귀순(宋龜淳)에게 편지를 한다 [書宋戚人龜淳 同便長城西三面海平]
때때로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실로 내 마음을 애태웠습니다. 뜻밖에 당신의 종씨(從氏, 상대방의 사촌형제)가 찾아와서 비록 편지는 받지 못했으나 모든 형편이 두루 좋으시다는 것을 알고 울적한 마음이 조금 풀렸습니다. 늦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때에 조용히 지내시는 형편이 좋고, 당신의 계씨(季氏, 막내동생)도 편안한지 그립습니다. 저는 더위와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골골하며 날을 보내니 실로 괴롭습니다. 집안에 별고가 없어 다행스러울 뿐입니다. 관아의 소식을 자주 들었는데, 동학의 소요를 겪은 뒤에 읍의 일은 전혀 손을 댈 방도가 없어 실로 걱정스럽고 답답합니다. 언제 다시 만나서 감회를 풀겠습니까? 단지 슬픔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