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종질인 중두(重斗)에게 보낸다 [寄從侄重斗 同月同日]
울타리의 국화와 산의 단풍은 사람이 늘 노래하게 한다. 이런 때에 부모를 모시며 지내는 형편이 좋고, 형님 내외분은 편안하시며, 네 집의 모자(母子)는 모두 좋고, 현저(玄渚)의 안부는 들었는지 그립고 걱정스럽다. 지난 달 초 전편(轉便)을 통해 네 계수(季嫂)씨의 상사(喪事)를 전해 듣고 놀라움을 견디지 못하였는데, 대상(大祥)이 이미 지나갔다고 한다. 부친이 멀리 외딴 바다에 머물러서 곡을 하지 못하니 그 고통이 다른 사람보다 갑절이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종숙(從叔)은 여전히 지내고 있고, 집안에 별고가 없어 다행스럽다. ≪보은≫관아의 소식은 자주 들었는데, 그 사이에 청풍(淸風) 민란을 조사하는 일과 황묘(皇廟)의 대축(大祝, 축문(祝文)을 읽는 일)일로 여러 날 동안 고생하고 며칠 전에 관아에 돌아오니 밀린 사무가 답지(遝至)하여 잠시도 쉴 틈이 없다고 한다. 수령을 하는 맛이 어찌 이 생강과 매실처럼 맵고 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