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짐꾼이 바로 돌아가는 편으로 보은에 답장을 한다 [答報恩 九月二十二日 卜軍仍回便]
어제 오후 충길(忠吉)편에 보낸 편지와 오늘 저녁 짐꾼이 오는 편에 보낸 편지를 차례대로 받아보고 위로가 되었다. 정무(政務)를 살피는 형편이 편안하고, 관아의 권속(眷屬)들도 모두 좋다는 것을 알고 기뻤다. 그러나 어지럽고 괴로운 읍의 일은 보지 않아도 헤아릴 수 있다. 충길의 말을 들어보니, 갓난아이는 사람을 알아보고 예쁘게 웃는 모습이 있다고 하여 그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할아비가 되어 지금 엿을 입에 물고 손자와 노는 즐거움이 없으니 그리움이 그치지 않는다. 이 아비와 네 어머니 그리고 네 댁도 편안하다. 네 누이동생의 학질은 완쾌되었고, 조리(調理)하는 약으로 가미양정음(加味養正飮)을 모두 20첩을 복용하여 점점 회복되어 가니 기쁘고 다행스럽다. 내일은 어머님의 생신으로 허배일(虛拜日)이어서 미리 추모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집을 짓는 일은 내년 봄에 시작하기로 했으나 들어가는 재목 200여개는 미리 구해놓은 뒤에야 군색함이 없을듯하여 사방으로 구했으나 얻기가 어려워서 근심스럽다. 마침 명안(名眼, 유명한 지관(地官)인 듯)을 만나 관아 뒤에 다시 가서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읍안의 넓은 땅에 집을 지은 지 5년 안에 반드시 크게 발복(發福, 운이 틔여 복이 닥치는 것)할 것이라고 하였다.
평상(平床)의 산소는 경안(經眼)도 넓은 땅으로 비록 진혈(眞穴)을 얻었더라도 임좌(壬坐)의국(局)에 해좌(亥坐)로 잘못 앉아있어서 발복은 오히려 더디다고 하였다. 다음달 초에 신속히 작부(作夫)를 하고 말미를 얻어 상경(上京)해서 이직(移職)을 도모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원지(元芝)의 편지는 돌려보낸다. 집을 지을 때에 수레재목을 앞의 서까래로 하면 더 이상 길(吉)할 수가 없다고 하니 속리(俗離, 속리산인듯)에 분부하여 서까래가 될 만한 것 2개를 구해서 보내주는 것이 어떠하냐? 충길에게도 이런 뜻을 분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