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충길(忠吉)이 돌아가는 편으로 보은에 보낸다 [寄報恩 九月二十五日 忠吉回去便]
며칠 사이에 정무(政務)를 살피는 형편은 어떠하고, 온 관아의 권속(眷屬)들은 모두 좋으며, 갓난아이는 젖을 잘 먹고 잘 자는지 걱정이 그치지 않는다. 이 아비와 온 집안의 형편에 변고가 없어 기쁘다. 경흠(景欽)은 ≪집을≫짓는 일로 그 사이에 경상감영에 갔다가 어제 별탈 없이 돌아와서 다행스럽다. 그러나 형님은 이건창의 상소 때문에 관례에 따라 감영의 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산청(山淸, 경상도고을) 관황(官況) 중에 빠뜨린 조항[件條]이 있었는데, 모두 바쳤는지 여부를 상세히 듣고 그믐과 초하루 사이에 다시 내려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관아 뒤에 터를 잡고 택일(擇日)하는 것은 새해를 지나 길일(吉日)을 잡아 시작하고, 들어가는 비용을 헤아려보면 거의 몇천냥이 될 것이다. 그러나 5년안에 만약 큰북소리를 내게 된다면 어찌 이 재물을 아까워하겠는가? 송판(松板)은 두껍고 얇은 것을 반반씩 해서 40~50개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아래에서 몰래 사서 보내도록 충길에게 분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