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형만(亨萬)편으로 보은에 보낸다 [寄報恩 九月二十八日 亨萬便]
어제 만덕화(萬德化)편에 비록 편지는 보지 않았어도 대략 안부를 아니 기쁨을 헤아릴 만하였다. 제법 서리가 오고 바람이 부는 때에 정무(政務)를 살피는 형편이 늘 좋고, 온 관아가 편안한지 매우 걱정스럽다. 그러나 만덕화의 말을 들어보면 갓난애가 잘 웃고 잘 놀며 조금 안아서 놀만하다고 하니 보고 싶은 마음이 때때로 그치지 않는다. 이 아비와 집안의 형편은 변고가 없다. 네 누이동생이 완쾌되어 다행스럽다. 10월의 진연(進宴, 나라에 경사가 있을때 잔치를 베푸는 것)할 물종(物種)은 순상(巡相)이 부담하고 비록 여러 읍에 배정하지 않았더라도 편하게 지나가니 미안하다. 기름과 꿀 두 가지를 병조판서에게 봉송(封送)하여 진헌(進獻)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세심하게 헤아리기를 바란다. 경상감영도 부담하였는데, 무늬있는 명주 50필·누런 베 70필·유자(柚子)와 석류(石榴)가 각각 3,000개라고 한다. 산청(山淸)의 관황(官況)중에 속임을 당한 것이 많아 그 문서와 주책(籌冊)을 내어주어 경흠(景欽)이 어제 다시 내려갔다. 청면자(靑面子)가 그 자식의 혼사 때문에 부탁할 일이 있어 다음달 2일쯤에 간다고 하니 잘 대접하여 신경을 써주어 내 얼굴빛을 내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