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보은수령이 올라가는 편에 원지(元芝)영감에게 보낸다 [寄元芝令 十月初五日 報恩上去便]
여러 번 인편에 편지를 부쳤는데, 한번도 답장이 없는 것은 중간에 없어져서 그랬는지 섭섭함과 의아함이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달 9일에 보낸 편지를 14일에 받아보고 아직도 기쁘고 위로가 된다. 겨울 날씨가 봄과 같은 때에 영감이 지내는 형편은 늘 편안하고, 어머님의 건강은 강령하시며, 네 아내의 산달은 이미 지나 아들을 낳고 해산 후에 별탈은 없는지 전혀 소식이 없다. 이것이 부녀(父女)간의 지극한 정이라고 하겠는가? 부끄러움과 탄식이 그치지 않는다. 나는 그럭저럭 지내고 있고, 온 집안에 별고가 없으나 권실(權室)이 8월 10일에 ≪친정에≫내려 왔다가 학질 때문에 1달동안 고생을 하다 이제야 겨우 떨쳐내었으나 완전히 회복하는 것이 아득하여 매우 걱정스럽다. 보은수령이 별시(別試,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보이는 과거)를 보러 온갖 일을 버려두고 길을 떠나는데, 추운 길에 어떻게 도착할지 걱정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