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보아(報牙)에 주어 보은에게 보낸다 [寄報恩 十月二十日 送于報牙]
14일 고사(告使, 고목(告目)을 전하는 사령)편에 부친 편지는 그 사이에 받아보았는지 그립고 울적한 중에 13일 가마꾼이 돌아오는 편에 보낸 편지를 오늘 아침에 받아보고 별탈없이 성문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았다. 기쁨을 어찌 헤아리겠는가? 겨울 날씨가 봄같은 때에 객지에서 지내는 형편에 피로는 없고, 주가(主家, 객지에서 머무르는 누이동생의 집)의 형편은 늘 편안하냐? 네 누이동생이 아직 해산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산달을 넘기면 반드시 아들을 낳을 것이니 미리 매우 기쁘다. 명숙(明淑)도 잘 있느냐? 이 아비는 여전하고, 네 어머니와 네 댁도 편안하며 집안에 변고가 없다. 인영(獜英)은 그사이에 경상감영에 가서 며칠을 머문 뒤에 경흠(景欽)과 바로 출발하여 18일에 탈없이 집에 돌아와서 다행스럽다. 과거날짜가 이미 지났는데, 형칠(亨七)은 정말 과거에 합격했고, 현저(玄渚)는 풀려났느냐? 만약 바램대로 되지 않았다면 형칠의 형세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원암(元岩)의 소문을 들었는데, 네가 상경(上京)하고 며칠 뒤에 순영(巡營)에서 교졸(校卒)이 보은에 와서 본 읍의 장차(將差)와 함께 원암에 나가 연상(沿商) 7명을 잡아서 읍내에 들어올 때에 금굴점(金窟店)에서 유숙하며 금을 채취하던 100여명이 떼를 지어 감영의 교졸과 본읍의 장차를 구타하여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 자가 몇 명이나 되었고, 감영의 교졸이 이런 뜻을 영문(營門)에 고목(告目)하여 연상이 모두 집을 버리고 도망갔다고 한다. 이것도 변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