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관아에 보내어 보은에게 답장을 한다 [答報恩 十月二十九日 送牙]
지난 밤 꿈이 몹시 사나왔는데, 지금 23일에 보낸 편지를 받아보니 기쁨을 어찌 헤아리겠는가? 겨울 날씨가 고르지 않은 때에 객지에서 지내는 형편에 큰 허물은 없느냐? 원지(元芝)가 뜻밖에 금추(禁推, 의금부에서 죄인을 신문하는 일)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놀라고 두려웠다. 그 사이에 이미 분간(分揀)을 받아 풀려났느냐? 네 누이동생은 산기(産氣)가 아직도 막막하다고 하니 매우 근심스럽다. 이 아비는 여전하고, 집안에 변고가 없어 다행스럽다. 도모하는 일이 비록 형편없더라도 작은 읍으로 옮겨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저번에 이(李)와 곽(郭) 2명의 아전을 잡아간 일은 관아가 빈 것을 이용하여 감영의 교졸이 사사롭게 잡아갔고, 순상(巡相)이 혹시 그것을 알게 될까봐 걱정한다고 하니 이것이 어찌 하예(下隷)의 도리인가? 이런 뜻을 순상(巡相, 감사)에게 편지를 쓰면 신속히 풀어주어 돌려보낼 것이다. 신구(新舊)의 주색(廚色)이 모두 이런 지경에 이르렀고, 관아는 조석(朝夕)을 겨우 이어갈 정도로 매우 군색하며, 이방(吏房)의 거행이라는 것이 전혀 말발이 서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패악한 읍은 예전에 들어보지 못했으니 분통함을 어찌 하겠는가? 27일 홍가(洪哥)편에 부친 편지는 아직 받아보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