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보내는 편에 이종 사촌동생인 서승지(徐承旨)에 편지를 한다 [書姨弟徐承旨 十二月初五日付送]
근래에 인편이 있었으나 편지를 빠뜨린 것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다. 단지 칠순의 노쇠한 몸으로 춥거나 따뜻한 것은 선천(先天)에 맡긴 지가 오래되어 이 때문에 ≪편지가≫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노쇠한 폐물을 어찌 책망하기에 충분하겠는가? 매서운 추위에 영감의 지내시는 형편이 편안하고 모든 일이 두루 좋으시며, 형수님의 회갑연과 아들의 혼례는 어떻게 치렀는지 멀리서 걱정스럽다. 나는 매우 늙은데다가 감기에 걸려 고생하며 지내고 있다. 이 세상에 이렇게 사는 것이 참으로 지루하게 느껴진다. 형수님의 회갑일에 집 아이가 혹시 문안을 하여 몇 가지 물건을 드렸는가? 매우 결딴이 난 상황이라 넉넉히 부조하지 못한 것을 알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