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고사(告使)편에 보은에 보낸다 [寄報恩 十二月 十七日 告使便]
12일 치구(致九, 조치구)가 올라가는 편에 부친 편지가 끊겨서 울적함을 견디기 어렵다. 추위가 남아있는 때에 객지에서 지내는 형편은 좋고, 주가(主家)의 모든 형편은 두루 편안한지 매우 걱정스럽다. 이 아비와 집안의 식솔들은 여전하다. 관아의 소식을 들었는데, 모든 일에 변고가 없고, 손녀딸은 젖을 잘 먹고 잘 논다고 하니 매우 기쁘다. 이번에, “피폐한 판국에 어찌 오래 비우는가”라는 폄제(貶題)를 면할 수가 없으니 부끄럽고 한탄스럽다. 도모하는 일은 가망이 있느냐? 세모(歲暮)에 추운 집에서 실로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