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고목(告目)편으로 보은에 보낸다 [寄報恩 正月十七日 告目便]
칠월금은 언제 도착했느냐? 그 사이에 소식이 오랫동안 끊겨서 울적함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추운 날씨에 객지에서 지내는 형편은 편안하고, 주가(主家)는 두루 좋으신지 매우 걱정스럽다. 이 아비는 여전하고, 네 어머니와 네 댁도 큰 탈이 없다. 그러나 네 누이동생인 권실(權室)의 학질은 금계랍을 복용한 뒤에 점차 차도가 있고, 침식(寢食)이 조금 나아졌었다. 빌려서 보내준 가미오수음(加味烏首飮) 3첩을 시험 삼아 먹은 뒤에 간간이 복통이 있다가 비위(脾胃)를 상하여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였다. 4~5일 이후에는 원기(元氣)가 더욱 빠져서 자리에 누워 더욱 심해졌다. 이것은 혹시 다른 중의 해가 아닌가? 연이어 해독제를 썼으나 아직 뚜렷한 효과가 없다. 관아의 손녀딸은 기침이 근래에 더욱 심해져서 촛불을 태우며 밤을 지샌다고 하나 가서 보지 못하여 걱정스럽고 답답하다. 집을 지어서 옮기는 일은 너무 엄청났기 때문에 이처럼 노대월(魯大月)이 사온 가재(家材)를 변통하여 집 모양을 만들려고 했으나 인심이 옛날 같지 않고 일꾼은 어려울 듯하여 걱정이 적지 않다. 어머님의 기일(忌日)이 하루 전이라 망극한 아픔을 어찌 견디겠는가? 제수(祭需)는 읍에서 예전대로 봉(封)해서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