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이방(吏房)인 삼촌 박준근(朴準根)이 내려가는 편으로 무안(務安)에 보낸다 [寄務安 三月十一日 吏房三寸朴準根下去便]
8일에 각부(脚夫, 심부름꾼)가 돌아와서 받은 편지가 지금까지 기쁘고 위로가 된다. 그 사이에 이미 여러 날이 지났는데, 정무(政務)를 살피는 형편이 며칠 동안 말을 달려 간 뒤에 별다른 피로와 허물은 없고, 상하의 권속(眷屬)들도 두루 잘 지내며, 임소(任所)에는 정해진 날에 가고, 읍의 모양과 인심 및 풍토(風土)가 삼산(三山)에 비해 어떤지 멀리서 걱정이 절실하다. 이 아비는 여전하고, 집안에 별고가 없다. 손녀딸의 기침증세는 말끔히 나아 재롱이 날로 달라지니 늘그막의 재미가 이것보다 더할 수가 없다. 이 산골의 동학잡류(東學雜類)가 근래에 크게 일어나서 읍촌간의 양반집들이 심하게 모욕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분통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