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손선이(孫先伊)가 올라가는 편에 원지영감에게 보낸다 [寄元芝令 三月二十九日 孫先伊上去便]
2월 9일 집 아이가 내려온 뒤에 인편이 드물어서 소식이 어려워져 슬픈 마음이 종일 그치지 않는다. 봄이 지나가는 때에 부모를 모시며 지내는 영감의 형편이 편안하고, 어머님의 건강은 강령하며, 네 집의 3모녀(三母女)도 잘 있는지 매우 그립고 걱정스럽다. 나는 근래에 풍담(風痰)증세로 고생을 하며 지내니 근심을 어찌 말로 다하겠는가? 집안에 변고는 없고, 어린애의 마마가 잘 끝나서 참으로 자그마한 다행이 아니다. 집 아이는 8일에 임소(任所, 무안)에 갔는데, 읍이 외졌으나 풍속이 순박하여 심한 폐단이 없다.
소식을 오랫동안 듣지 못하여 자식을 그리는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손녀의 혼례는 어떻게 치루었는가? 신랑이 네 춘방(春坊)의 돈녕(敦寧)으로 연방(蓮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 우례(于禮)는 언제 하는가? 할아비와 손자 사이에 각각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지극한 정을 펴지 못하여 사람을 대하기가 부끄럽다. 동도(東徒)가 황간(黃澗)·영동(永同)·청산(靑山)·보은(報恩)·옥천(沃川) 등지에서 크게 난리를 일으켜서 경내의 사대부 중에 곤욕을 겪고 낭패를 당하는 집들이 많이 있었고, 동서로 피신하여 숨는 숫자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두렵고 한탄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