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회수(會守) 봉관(奉官)편으로 무안에 보낸다. [寄務安 四月二十三日 會守奉官便]
13일 사령(使令)이 돌아가는 편에 부쳐 보낸 답장은 언제 받아 보았고, 소식이 끊긴 지가 오래되어 멀리서 더욱 근심스러워서 잠시도 그치지 않는다. 보리가 익는 때에 정무(政務)를 살피는 형편이 여전히 편안하고, 상하의 모든 일이 좋으며, 경흠(景欽)과 명숙(明淑)도 잘 있고, 동소(東騷)는 과연 괴로움을 주는 것은 없는지 일마다 매우 걱정스럽다. 이 아비는 여전하고, 대소의 식솔들은 변고가 없다. 손녀딸의 재롱은 날마다 더욱 새로워서 무릎아래 안고 앉아있으면 수염을 만지며 예쁘게 웃는다. 긴 여름을 지내는데, 이 밖에 무엇이 있겠는가? 네가 이런 모습을 보지 못해 한편으로 서글프다. 작은 집의 조카딸은 마마 때문에 순조롭지 않아 18일에 죽었다. 경흠의 어린 여종인 순덕(順德)도 마마 때문에 죽어 참담하다. 종손녀가 ≪마마를≫ 끝난 뒤에도 아직 완쾌되지 않았는데 복학(腹瘧) 때문에 3~4번의 직(直, 학질이 발작하는 횟수)을 겪으며 괴로워하니 매우 가련하다.
일전에 원지(元芝)의 편지를 보니, 무온(戊溫)의 혼례를 지난 11일에 간신히 치루었고, 우례(于禮)는 이 달 27일로 정해져서 21일에 짐을 꾸려 보냈다고 한다. 400리(里)의 험한 여정이어서 근심이 그치지 않는다. 신랑은 원지 춘방(春坊)의 돈령(敦寧)으로 연방(蓮榜)에 들어있어 매우 훌륭하다. 서울의 소식은북우(北憂)로 도성 안이 어수선하다고 한다. 금백(錦伯)의 전보(電報)를 베껴서 보낸다. 아랫마을의 정학관(鄭學官)이 돌림병으로 지난 20일에 죽었는데, 애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