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하인이 돌아가는 편에 사위인 권진사에게 답장을 한다[答婿郞權進士 四月二十八日 下人回去便]
뜻밖에 인편이 와서 보낸 편지를 받고 위로가 되었다. 4월 가뭄이 심한 때에 부모를 모시며 지내는 형편이 두루 편안하다는 것을 아니 실로 내 바램에 부합된다. 나는 여전히 노쇠할 뿐이다. 딸이 올 때에 병을 가지고 와서 그 다음날에 자리에 누워 달마다 또는 하루걸러 크게 아팠다.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여 진원(眞元)이 크게 빠져 나가서 연이어 약을 썼으나 약간의 효과도 없고 6~7개월 동안 계속 이어졌다. 2월 그믐날에는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러서 초종(初終)을 할 기구들을 준비하였다. 다행히 신명(神明)의 도움을 만나 점점 소생하여 양계(陽界)에 다시 돌아왔으나 회복은 아직도 더뎌서 밤낮으로 근심스럽고 측은하다. 그러나 지금의 광경은 ≪일일이≫ 들어서 말할 수가 없다.
선흥(仙興)은 시기(時氣, 시환(時患) 유행성 질병) 때문에 집을 빌려 피접(避接, 거처를 별도로 하는 것)하고 있는데, 연이어 약을 써서 지금 겨우 위험을 벗어났으나 완쾌가 막연하다. 이것도 사람의 목숨이어서 매우 불쌍하다. 치송(治送, 짐을 꾸려 길을 떠나보내는 것)은 비록 완쾌되지 않았더라도 길에 별탈이 없을 때를 기다렸다가 보낼 것이다. 헤아리는 것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