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조카인 김시직(金侍直)에게 답장을 한다 [答金侄侍直 同日]
윤손(允孫)이 과거에 합격하여 부모를 모신 처지에서 영광은 비할 데가 없고, 문에 이르러서 수많은 말을 들어보면 잘 치렀다고 하니 축하하는 마음이 적지 않다. 보낸 편지를 받아 여러 번을 읽어 보니 매우 위로가 되었다. 5월의 더위에 부모를 모시며 벼슬살이하는 형편이 편안하고, 어머님의 기력과 네 댁은 잘 있으며, 진사(進士)도 부모를 모시며 공부를 잘 하는가? 현거(玄擧)는 노독(路毒) 때문에 손상이 있다고 하는데, 그 사이에 쾌차했는지 매우 그립고 걱정이 그치지 않는다.
이 외숙은 여전히 노쇠하고 게으르다. 집안에 별고가 없어 다행스러우나 너의 중구(仲舅)가 마마로 딸을 여윈 뒤에 슬픔이 더욱 심하다. 관아의 소식은 길이 막혔기 때문에 오랫동안 듣지 못하여 자식을 그리는 마음으로 미칠 것 같다. 이 근처 4~5개 읍의 양반집이 모두 봉변을 당하여 망측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 분하고 한탄스러운 것을 붓으로 더하기가 어렵다. 우리 형제의 집은 비록 이 지경을 면했어도 어찌 함께 분노하는 마음이 없겠는가? 너의 번공(番公, 번을 서는 공무)이 빈번한데, 어떻게 종반(從班)을 할는지 걱정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