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초(石楚) 김종해(金宗海)에게 답장을 한다 [答金石楚宗海]
몇십년을 계속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이별하니 그리움이 더욱 간절합니다. 백천(百千)이 와서 주신 편지를 받고 위로됨을 헤아릴만합니다. 그러나 요양한다는 소식은 비록 피로한 뒤에 예사스런 증세이더라도 근심을 어찌 견디겠습니까? 그 후에 많은 날이 지나 5월의 더위가 심한 때에 객지에서 지내는 형편이 좋으시고, 주가(主家)는 변고가 없으며 손자는 이때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그립고 걱정이 됩니다. 저는 무료하게 산골 집에서 쓸쓸히 날을 보내고 있어 근심스러우나 집안이 편안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중제(仲弟, 가운데 동생)는 마마로 그 사이에 딸을 잃어버려서 슬픔을 어찌 말로 다하겠습니까? 근래에 동요(東擾)로 길이 막혀서 관아의 소식을 오랫동안 듣지 못하여 답답하고 울적합니다. 당신의 아들을 길에서 보았는데, 잘 크고 잘 노니 매우 기쁩니다. 한양과 지방이 아득하여 서로 만나지 못하니 슬픔이 그치지 않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