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淸一) 이재하(李載河)에게 답장을 한다 [答李淸一載河]
여러 해 동안 소식이 끊겨서 슬픔이 더욱 간절할 때에 주신 편지를 받으니 기뻐서 다소나마 손을 잡고 속을 털어 놓은 것 같습니다. 무더위에 객지에서 지내는 형편이 늘 좋고, 권속(眷屬)들도 두루 잘 지낸다는 것을 아니 얼마나 위로가 되고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궁벽한 산골에 웅크리고 하는 일이 없어 단지 일개 노쇠한 퇴물일 뿐입니다. 동요(東擾)는 없는 곳이 없으나 처음에 어찌 호남이 이곳보다 심할 것을 예상했겠습니까? 잘 있다는 소식을 계속 들으니 매우 다행스럽습니다. 근래에 서로 외진 곳에 거처하여 비록 소식이 계속 이어지지 못했어도 만약 도포(菿浦)사람이면 바로 당신의 안부를 물었으나 조금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집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고락(苦樂)을 함께 하러 내려올 것이라고 합니다. 이보다 좋을 수가 없어 한번 편지를 하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지금 편지를 받았습니다. 먼저 하는 것이 바로 옛날의 법도이니 고마움을 어찌 다하겠습니까? 허다한 겸손은 바로 관례입니다. 모든 일을 잘 처리하여 집 아이로 하여금 선정(善政)을 한다는 소문이 있도록 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