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질인 승지 조중엽(趙重燁)에게 답장을 한다 [答趙甥承旨重燁]
여러 달동안 소식을 듣지 못하여 종일 근심을 하고 있었는데, 너의 족인(族人, 집안 사람)인 덕온(德溫)이 와서 편지를 받아 보니 기쁨과 위로됨을 어찌 헤아리겠는가? 그 사이에 이미 여러 날이 지났고, 가을 기운이 지나가려는 때에 부모를 모시며 지내는 형편이 편안하고, 어머님의 건강은 늘 강령하시며, 네 막내동생인 수재(秀才)는 부모를 모시며 공부를 열심히 하고 혼례는 가을 중에 치르느냐? 난리가 지난 뒤에 물정(物情)이 크게 달라져서 어떻게 마련하여 치를는지 근심이 적지 않다. 나는 늘그막에 홀아비 심정을 갈수록 견디기가 어렵다. 형세를 어찌 하겠는가? 너의 아내가 4~5달동안 함께 지내다가 갑자기 짐을 꾸려 떠나보내려니 혼자 사는 마음은 고사하더라도 매우 험하고 먼 길을 어떻게 도착할는지 걱정이 그치지 않는다. 김실(金室)은 늘 편안하고, 괴로움을 당하는 단서는 특별히 없다고 하는지 염려가 또한 줄어들지 않는다. 여러 날동안 덕온을 만류하다가 지금에야 함께 떠나보내니 슬픈 마음이 더욱 깊어질 뿐이다. 지석(誌石, 묘안에 행적을 간단히 적은 돌)은 새기는 대로 보내주고, 공가(工價, 지석을 새기는 비용)는 돌아오는 편에 알려주는 것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