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都正) 조장희(趙章熙)에게 답장을 한다 [答趙都正章熙]
늦가을 산골집에서 병든 자의 감회가 무료하던 중에 위문하는 편지를 받으니 고마움을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당신의숙씨(叔氏)인 감역(監役)의 상사(喪事)에 대해 먼저 어찌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그 때에 동난(東亂)중인데, 초종(初終)과 양례(襄禮, 장례)를 어떻게 치렀는지 지금까지 걱정스럽고, 저버린 것이 실로 많습니다. 이런 때에 상중에 지내시는 영감의 형편이 좋으시고, 모든 일이 두루 편하시다는 것을 알았는데, 실로 저의 바램에 부합됩니다. 이 용목(容穆, 편지를 쓰는 자신의 이름)은 가문이 불행하여 아내가 갑자기 객관(客館)에서 돌아갔는데, 오히려 60년을 해로(偕老)한 처지에서 직접 영결(永訣)하지 못하여 슬픈 마음이 다른 사람보다 갑절이나 되고, 늘그막의 홀아비 심정은 갈수록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스스로 가련함을 어찌 하겠습니까? 집 아이는 울며 곡(哭)을 하는 중에도 아직 큰 탈이 없어 다행스럽습니다. 딸이 4~5달동안 지내다가 갑자기 떠나가니 외롭게 혼자 사는 슬픔을 더욱 견디기가 어려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