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질인 승지(承旨) 조중엽(趙重燁)에게 보낸다 [寄趙甥承旨重燁]
국상(國喪)으로 애통해하고, 세모(歲暮)에 눈이 내린 집에서 그리움이 간절하다. 매우 추운 때에 부모를 모시며 지내는 영감의 형편이 늘 편안하고, 어머님의 건강은 여전히 강령하시며, 네 아내는 탈이 없고, 계씨(季氏)는 부모를 모시고 공부를 잘 하며, 혼례는 동난(東亂, 동학난)으로 피폐한 뒤에 어떻게 마련하여 치렀고, 김실(金室)은 귀녕(歸寧, 근친(覲親)이다)을 와서 아직 슬하에 있는지 모두 그립고 걱정스럽다. 나는 노쇠하여 크고 작은 온갖 근심이 교대로 몰려온다. 이 세모에 조금도 좋은 일이 없으나 다만 늦게 얻은 손녀딸이 잘 자라서 점차 안고 노는 재미가 있어 이것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