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질인 홍시유(洪蓍裕, 자(字)는 사연(士衍)이다)를 위문한다 [慰甥侄洪蓍裕士衍]
의례적인 말은 생략한다. 선친(先親)의 상사(喪事)에 대해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 평소 홀로 있는 처지에 갑자기 큰 일을 당하여 초종(初終)과 양례(襄禮, 장례)를 어떻게 치렀는가? 길은 멀고 소식이 서로 끊기니 이것이 어찌 가까운 사이의 인사(人事)라고 하겠는가? 단지 그리움이 간절할 뿐이다. 섣달 추위에 상중의 형편이 늘 견딜만하고, 모든 형편이 두루 편안한지 멀리서 근심이 그치지 않는다. 이 외숙(外叔)은 아내가 500리 객관(客館)에서 갑자기 죽었으나 60년 가까이 해로(偕老)한 처지에 직접 영결(永訣)하지 못하여 비통한 심정과 외롭게 사는 마음을 갈수록 억누르기가 어렵다. 더욱이 이런 세모(歲暮)에 노쇠함과 질병이 교대로 침범하여 전혀 좋은 일이 없으니 걱정스럽고 가련하다. 집안이 편안한 것을 다행으로 여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