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인 홍난유(洪蘭裕)에게 보낸다 [寄洪侄蘭裕]
세모(歲暮)에 산골 집에서 병자(病者)의 감회가 무료했는데, 중필(仲弼)이 한양에서 내려와 오랫동안 보지 못한 뒤에 숙질(叔侄)간에 대화를 하여 감회를 푸니 기쁨을 어찌 말로 표현하겠는가? 매우 추운 때에 상중에 지내는 형편이 견딜만하고, 모든 형편이 두루 여전한지 매우 그립고 걱정이 적지 않다. 이 외숙(外叔)은 빈 집에 혼자 앉아서 홀아비의 심정이 갈수록 괴롭고, 온갖 병이 교대로 침범하여 어찌 이처럼 지리한지 참으로 괴롭다. 작년의 동요(東擾)이후에 겪은 모든 일은 듣지 않아도 본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버티며 지내는가? 너의 외형(外兄, 보은군수 무안군수를 지낸 중익)은 근래에 경채(京債, 한양에서 진 빚) 때문에 근심하며 날을 보낸다. 보기에도 매우 걱정스럽고 답답하다. 몸에 아직 병이 없는 것이 또한 좋을 뿐이다. 중필이 겨우 며칠 밤을 지내고 바로 떠나가니 슬픈 마음은 고사하더라도 이처럼 험한 길을 어떻게 도착할지 걱정이 적지 않다. 요즘 소식은 진짜와 가짜가 절반씩 섞여 있어 붓으로 더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