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질인 권진사(權進士)에게 답장을 한다 [答權甥進士]
해가 바뀐 지가 이미 오래되었으나 소식이 서로 끊겨서 종일 그리웠는데, 창근(昌根)이 와서 보낸 편지를 펼쳐보니 기쁘고 위로가 되었다. 그 사이에 제법 여러 날이 지나갔고, 봄기운이 점점 생겨나는 때에 부모를 모시며 지내는 형편이 더욱 편안하고, 두 분의 건강이 두루 강령하시며, 네 댁은 탈이 없는지 매우 그립고 또한 근심이 된다. 나는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노쇠함과 질병이 더욱 찾아와서 편한 날은 늘 적다. 그 형세를 어찌 하겠는가? 다만 집안에 별고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서울소식은 진짜와 가짜가 절반씩 섞여 있어 믿을 수가 없으나 단발(斷髮)하는 일은 이 읍에서도 다행히 모면하였다. 숙수지공(菽水之供)을 어찌 군색하지 않게 얻을 수 있겠는가? 형편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밭을 가는 것은 훌륭한 계책일 뿐만 아니라 집안을 보전하는 완벽한 방법이다. 더욱 힘쓰는 것이 어떠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