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질인 조(趙)에게 보낸다 [寄趙甥]
1달 전 하인이 돌아간 뒤에 소식이 다시 끊겨서 슬프고 그리운 마음을 붓을 잡고 더하기가 어렵다. 따뜻한 봄에 부모를 모시며 지내는 영감의 형편이 편안하고, 어머님의 감기는 지금 쾌차했으며, 네 아내는 여전히 편안하느냐? 김실(金室)은 그 사이에 짐을 꾸려 보내어 지금의 슬픈 마음을 견디기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그 때문에 매우 걱정스럽다. 나는 온종일 빈집에 앉아 그리움이 깊어지고 전혀 좋은 일이 없으니 이것을 어찌 하겠는가? 다만 집안이 편안하여 다행스럽다. 이 읍의 의병 100여명이 5일에 갑자기 와서 군기(軍器)를 빼앗으려고 하였는데, 청주(淸州)의 병정이 선무사(宣務使)의 명령에 따라 뒤를 추격하여 황급히 와서 그들이 점심 먹을 겨를도 없이 바로 도주하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들은 의병이 아니고 지난 해 비류(匪類, 동학농민군)의 잔당(殘黨)이라고 하였다. 충주(忠州)의 의병소(義兵所)로 향할 것이라고 하였다. 저 읍에 혹시 이런 소요가 있지는 않았는지 알지를 못해 매우 울적하다. 그 밖에 여러 가지 소식들은 집 아이의 편지에 있을 것 같아 이만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