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질인 위솔(衛率) 김용범(金容範)에게 보낸다 [寄甥侄金衛率容範]
소식이 끊긴 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거의 얼굴을 잊어버릴 것 같다. 가을이 깊어가서 이슬이 내려 추운 때에 그리움이 더욱 간절하다. 이런 때에 벼슬살이하는 형편이 늘 좋고, 모든 일이 여전히 편안하며, 종환(從宦,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은 어떠한지를 알지 못해 울적함과 근심이 종일 그치지 않는다. 이 외숙(外叔)은 홀아비의 심정이 갈수록 괴롭고, 오래된 병이 가을을 맞아 다시 심해지니 괴로움을 어찌 말로 표현하겠는가? 지난 해 8월 19일에 전실(磚室)이 딸을 낳았고, 올 해 4월 29일에 성우(星佑)가 아들을 낳았다. 남매의 재롱이 날로 달라져서 이것으로 근심을 잊어버린다. 손자를 보는 것 외에 어찌 즐거운 것이 있겠는가? 건초(健初)는 부모를 모시며 공부를 잘하고 있고, 다른 일은 두루 편안하니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라. 네 댁에게 바빠서 따로 편지를 하지 못하니 이런 뜻을 말해주는 것이 어떻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