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질인 승지 조중엽(趙重燁)에게 보낸다 [寄趙甥承旨重燁]
지난 달 27일 네 재종씨(再從氏)편에 부친 편지는 받아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서늘한 가을 날씨에 객지에서 지내는 영감의 형편에 허물이 없고, 고향 소식은 들었으며, 고생은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으나 괴로움을 주는 별다른 단서는 없는지 종일 걱정이 대단하다. 나는 풍기(風氣)와 현기증이 아직 완쾌되지 않아 참으로 근심스럽다. 다만 집안에 별고가 없고 손자 남매가 잘 커서 다행스러울 뿐이다. 서울 소식은 어떠한지, 임금의 환어(還御, 고종(高宗)의 환궁)는 어느 날로 정해졌고, 인봉(因封, 인산(因山)으로 국장(國葬)이다)은 언제인가? 그러나 대상(大祥)이 점차 가까워져서 온 백성이 상복(喪服)을 벗는데 2가지 말이 있다. 부음(訃音)을 들은 날에 상복을 벗는 것이 옳은지, 대상일에 상복을 벗는 것이 옳은지 예(禮)의 격식이 상세하지 않아 걱정스럽다. 경흠(景欽)이 긴밀히 살펴볼 일이 있어 올라가니 그 속을 듣고 잘 주선하여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