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종제(三從弟)인 직각(直閣) 이용태(李容泰)에게 답장을 한다 [答三從弟直閣容泰]
여러 해 동안 소식이 끊겨서 거의 얼굴을 잊어버린 것 같고, 적막한 산골집에서 병자(病者)의 감회가 무료했는데, 뜻밖에 주신 편지를 받고 여러번 읽으니 나도 모르게 보풀이 일어났네. 가을이 저물어가서 이슬이 내리고 추운 때에 부모를 모시며 지내는 영감의 형편이 좋고, 숙모님의 건강은 강령하시며, 집안이 두루 편안하다는 것을 알았네. 실로 멀리 있는 저의 바램에 부합하네. 나는 자주 난리를 겪고, 아내가 객관(客館)에서 갑자기 죽어 간신히 운구(運柩)를 하여 어머님의 묘소 아래에 묻었네. 그러나 60년을 해로(偕老)한 처지에 500리 밖에서 영결(永訣)하지 못한 슬픔이 갈수록 억제하기가 어렵네. 더욱이 대상(大祥)이 이미 지나가니 마음이 슬프고 쓸쓸하여 더욱 노년의 정경(情景)을 견딜 수가 없네. 안에 들어가고 밖에 나와도 일개 객(客)의 모습이나 다만 집안에 별고가 없기를 바라고, 4월 29일에 손자를 보아 안고 노는 재미로 근심을 잊을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