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南原) 윤병관(尹秉觀)에게 편지를 한다 [書尹南原秉觀]
계속 함께 이웃하며 살다가 이런 이별의 슬픔이 있어 남쪽 구름을 바라보니 실로 마음을 괴롭게 합니다. 지난번에 주신 편지를 받고, 지금까지 기쁘고 위로가 되었습니다. 가을이 저물어 가고 서리가 내리는 때에 형의 지내시는 형편이 늘 편안하고, 자사(子舍, 자제(子弟)이다) 영감이 지방관으로서의 정무(政務)가 매우 괴롭지는 않으며, 영감의 손자는 젖을 잘 먹고 잘 놀고, 다른 일들은 두루 편안한지 모두 그립고 걱정스럽습니다. 저는 여전하고 이때의 감회가 지난날보다 갑절이나 되니 탄식을 어찌 하겠습니까? 형제의 집안에 변고가 없고 어린 손자 남매가 잘 크기를 바라며, 날마다 안고 노는 재미로 근심을 잊을 뿐입니다. 보내주신 연한 토란은 담위(痰胃, 담이 든 위장)를 열어주고, 주지(周紙, 두루마리)도 군색함을 면할 수 있게 되어 고마움과 칭송이 그치지 않습니다. 율시(律詩) 1수(首)를 졸렬함을 무릅쓰고 지어서 바치니 한번 웃는데 써주시는 것이 어떠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