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질인 조중엽(趙重燁)에게 보낸다 [寄趙甥重燁]
지난 달 29일에 보낸 편지가 아직도 위로가 되고 기쁘다. 그 사이에 외직(外職)을 제수받아 감축스러우리라 여겨지는데 언제 귀성(歸省)을 하는가? 겨울 날씨가 봄과 같은 때에 부모를 모시며 지내는 영감의 형편이 괴롭고 지친 뒤에 별다른 피로는 없고, 어머님의 기력은 강령하며, 네 아내도 편안한지 모두 그립고 걱정이 그치지 않는다. 거창(居昌)은 예전부터 일이 없는 한가한 관아였으나 동난(東亂)이후에 돌변한 것 같으니 어떻게 구제하며, 임소(任所)에 가는 것은 어떻게 할지 알지 못하여 근심스럽고 울적하다. 나의 상황은 갈수록 괴로우니 어찌 하겠는가? 다만 어린 손자 남매의 재롱과 웃음으로 근심을 없앨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