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옥거(尹玉居)에게 답장을 한다 [答尹玉居]
세모(歲暮)에 외진 마을에서 그리움이 더했는데, 뜻밖에 주신 편지를 받고 여러 번을 읽어 나도 모르게 보풀이 일어났습니다. 매우 추운 날씨에 형의 안부가 관격(關格)으로 손상이 있어 매우 놀라고 걱정스러웠으나 지금은 회복되었고, 자사(子舍, 자제)영감은 연말에 해야 할 일이 매우 괴롭지는 않으며, 영감 손자의 재롱이 날마다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실로 저의 바램에 부합합니다. 저는 세모를 맞아 지난날의 감회가 다른 때보다 갑절이나 된 데다가 냉기(冷氣)와 피로를 틈타 풍증(風症)과 현기증이 더해져서 골골하며 날을 보냅니다. 형세를 어찌 하겠습니까? 다만 어린 손자 남매가 잘 웃고 젖을 잘 먹기를 바라며, 집안에 별고가 없어 다행스러울 뿐입니다. 보내주신 3종류의 물건은 가지가지 긴요하여 그것을 받고 고마움이 그치지 않습니다. 남은 해가 하루 전인데,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여 더욱 좋으시기를 바랍니다. 이만 줄이며 삼가 답장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