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유생 천기일에게 유시함 [諭示 扶餘儒生千基一]
널리 유시하는 일이다. 훈신(勳臣)들이 구름같이 모였고, 이어서 지금 창의를 하였으니 극히 가상하지만, 그러나 그 적절한 시기를 따라서, 그 기미를 살피지 못하고 망령되게 의논하여 경솔하게 거사를 하였으니, 오히려 임금의 급한 사정을 해결하지도 못하고, 마침내는 국가의 해가 될 것이 명확하다. 이번 달의 시기와 기미를 시험 삼아 보건대, 종사宗社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임금에게도 탈이 없으니, 창의 모병하여서 장차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생각건대 없는 것에서 문제를 일으켜서 소란의 단서를 야기하여, 위로는 국가에 근심을 끼치고 아래로는 백성들에게 화를 일으킬까 두렵다. 진실로 군대를 일으키지 않을 수 없고, 적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있다면, 반드시 조정에서 소모(召募)하게 될 것이니, 어찌 많은 선비들의 논의가 빼어나오기를 기다리겠는가? 지금 이에 망령되게 의논하여 경솔하게 거사하는 것은 매우 불가(不可)하다. 더욱더 학업을 닦고, 다만 다음 일의 상황을 보면서 조정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 진실로 시기와 기미에 합당하니, 이로써 모든 것을 알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