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경에 선생님께서 이질(痢疾) 증세로 자리에 누우셨는데, 송암(松菴)이 어느 날 소 2마리를 사서 임정국(林正國)의 집에 도착하였다. 정국이 와서 말하기를, “송암이 제 집에 왔는데, 어떻게 조치해야 합니까”라고 하니, 구암어른께서 장석(丈席)께 그것을 아뢰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버려두고 말하지 말라”고 하였다. 물러나서 한참이 지난 뒤에 다시 아뢰기를, “불러서 꾸짖으시고 마음을 풀어버리십시오”라고 하였더니, 선생님께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나를 이 병중에서 바로 옮아가게 하려는가? 만약 손천민(孫天民)이 온다면 나는 바로 길을 떠날 것이다”라고 하였다. 구암 어른이 다시 말없이 물러나서 말하기를, “만약 송암이 선생님께서 이곳에 계신 것을 알고 왔다면 내일 머무르겠지만, 만약 알지 못하고 왔다면 내일 아침에 길을 떠날 것이다. 내버려두고 그 동정(動靜)을 살펴보라”고 하였더니 정말로 새벽녘에 소를 끌고 가버렸다.
정유년(丁酉年) 12월경 선생님께서 분부하시기를, “꿩을 사가지고 와서 낙철 형제에게 1마리씩 먹게 하라”고 하니, 구암 어른이 분부를 받들어 한 마리씩 먹게 하였다. 그 때에 곽기룡이 올라와서 동생 낙봉은 설을 쇠러 기룡과 함께 본가로 내려가고 나는 선생님과 구암 어른을 모시고 설을 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