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에 해월선생님의 향례(享禮)를 향아설위례(向我設位禮)로 지낸 뒤에 의암과 송암이 구암어른에게 말하기를, “봄 사이에 천민(天民, 손천민) 및 박인호(朴寅浩)와 함께 이종구(李鐘九)의 집에 가서 설법을 하고 제향을 지낼 때에 오기를 청했는데, 어찌 오시지 않으셨습니까”라고 하고, “해월선생이 ‘나중에 성경신법(誠敬信法)의 4도주(四道主)가 있다’고 하셨는데, 오늘 사도주와 5편의장(五偏義長, 偏은 便의 오식)을 정하자하고 나는 법도주(法道主)로 하자”고 하였다. 송암은 말하기를, “나에게 해월선생이 성자(誠字)로 하라고 했다”고 하였다. 또 송암이 경자(敬字)로 할까 하니, 의암이 말하기를, “아니다. 구암은 신자(信字)로 하고, 박인호는 경자(敬字)로 하고 호(號)는 춘암(春庵)이다”라고 하니, 구암어른은 묵묵히 말이 없으셨다. 한참 뒤에 의암이 말하기를, “5편의장(五便義長)을 정하되 일개 도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8역(八域)을 통괄하는 편의장이니 이름 하나를 말하라”고 하였다. 구암어른이 말씀하시기를, “김낙철로 하자”고 하였다. 그랬더니 의암이 5명의 이름을 이미 써놓았다가 내어주면서 생각이 같다고 하며 체지를 내어주어 각각 받았다. 예전에 해월선생님께서 계사년(癸巳年) 11월경에 ‘구암(龜菴)’이라는 호를 주실 때에 분부하시기를, “용담수류사해원(龍潭水流四海源, 용담의 물은 사해의 근원이다), 구악춘회일세화(龜岳春回一世花, 구악에 봄이 돌아오니 온세상이 꽃이다)”라고 하셨고, 병신년(丙申年) 1월 11일 정오에 전수하신 “하몽훈도전발은(荷蒙薰陶傳鉢恩) 수심훈도전발은(守心薰陶傳鉢恩)”이라는 글이 여기에 분명한데, 의암이 송암 및 춘암과 함께 비밀 계략을 만들어내어 말하기를, “정유년(丁酉年) 11월 경에 선생님 댁에 갔더니 선생님이 병중에서 분부하시기를, ‘앞의 3년은 이렇게 이렇게 하고 뒤의 3년은 이렇게 이렇게 하라. 또한 너희 3사람이 한마음으로 하되 주장은 네가 하라’고 하셨다”고 하며 자신이 주장을 하겠다고 하고, 또한 송암은 정유년(丁酉年) 8월경에 해월선생님께서 영원히 쫓아내셨는데, 이렇게 무례한 비밀계획을 만들어 내니 하늘이 어찌 두렵지 않는가? 이때문에 심기가 불편하여 여러차례 체지를 물렸으나 의암과 여러 형(兄)들이 여러번 권면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받았다. 다시 몰래 구암어른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여러모로 타이르시므로 어쩔수 없이 물러나지 못하고 말없이 앉아있었는데, 의암이 말하기를, “7월 어느날에 설법을 하고 제향(祭享)을 지낼터이니 망건 9개를 좋은 걸로 사서 가지고 오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