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 정선생 제문[祭日新鄭先生文]
아! 세상이 말세를 맞아 사문(斯文)이 인멸되어 독서라고 하는 것도 과거에 힘쓰는 것만을 알뿐이었다. 갑자기 노옹(蘆翁)이 남쪽 먼 곳에서 떨쳐 일어나 우러러 선현을 계승하고 후학을 열어주어 공업과 교화가 두루 이르렀으나 저 궁벽한 마을이나 두메산골에는 따뜻한 봄날의 은택이 더디었다. 이에 선생은 일찍이 사문(師門)의 적통을 이어받아 예로써 자신을 단속하고 도로써 남을 가르쳐서 원근에서 책을 지고 오니 누군들 존중하고 사모하지 않는 이가 있었겠는가. 이후로 호남 사람들이 과거공부 이외에 따로 이학(理學, 성리학)이 있는 것을 조금 알게 되었다. 비록 글방의 선생과 학생이 있다고 해도 제법 독서의 단계를 알게 된 것은 누구의 힘이었겠는가? 근래에 이설(異說, 천주교)이 바다를 건너와서 사람들이 가득 몰려 서로 이끌어서 거기에 빠지니 누가 돌리겠는가? 우뚝하여 물결에 부딪히는 지주(砥柱) 처럼 선생을 바라보고 산등성이처럼 장수하기를 바랬는데, 어찌 하루아침에 갑자기 후학을 버리고 가십니까? 이것은 사문(斯文)의 불행이고 사림(士林)에게 복이 없는 것입니다. 아! 애통하다. 기현처럼 매우 어리석은 자는 외진 향촌에서 태어나고 자라나서 보고 들은 것이 조금도 없었으나, 현인을 사모하고 선을 좋아하는 것을 천성적으로 타고나서 갑자기 불초함을 잊어버리고 선생의 문하에 여러 번 찾아가서 외람되게 사랑을 받은 지가 20여 년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훈계를 주신 적도 여러 번이었고 저희 집에 오신 것도 여러 차례였습니다. 그 거룩한 덕과 지극한 성의를 생각하면 힘써 선생을 돕는 일을 해도 갚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제가 병을 얻어 몇 년 동안 지루하게 누워있어 아프실 때는 촛불을 잡지 못했고 장례에서는 상여 끈을 잡지 못했습니다. 연제(練祭)가 이미 지나가고 그 다음해에야 겨우 달려가서 곡(哭)을 하니 이것이 무슨 정례(情禮)입니까?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 말을 다할 수가 없습니다. 영령(英靈)께서 내려와서 이 뜻을 살피시기를 바랍니다.
아! 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