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명 제문[祭朴繼明文]
공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마음은 관대하고 성품은 차분하고 후덕했으며 세운 뜻이 속되지 않고 선을 지향하며 악을 버렸다. 자질의 아름다움을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학문을 돈독히 하여 집에 들어와서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들어 법도를 따르고, 나가서는 훌륭한 스승을 모시어 도의 대강을 들었다. 자질이 이와 같고 학문이 저와 같은데, 어찌 공을 학생이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우연케도 성공을 바란다면 뜻을 삼음이 있어야 한다. 아직 이루지 못했는데, 이수(二竪)가 요사를 부렸다. 저 푸른 하늘이 차마 이렇게 시킨 것인가? 공을 태어나게 한 뒤에 오히려 장수하지 못하고 부모봉양을 마치지 못한 채 도중에 갑자기 떠나가게 하니 공의 효성으로 그 한이 어떠하겠는가? 눈을 감지 못하고 지하에서 눈물을 삼킬 것이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어찌 차마 이와 같은가? 옛날의 교유를 생각하면, 그 옛날에 오래되지 않아 내가 공의 마음을 알고 공이 내 뜻을 권면하여 마음을 주고 받던 자리가 얼마나 서로 미더웠던가? 어쩌란 말인가 중도에 공이 곧 떠나가다니? 운명이여, 하늘이여! 애통하다. 애석함을 말로 어찌 할 수가 없다. 눈물과 함께 이 술잔을 올려 다만 공의 혼령을 위로한다. 상향(尙饗).
죽은 뒤의 부탁이 고인(故人)에게 이르겠는가? 눈물을 훔치고 붓을 적셔 글을 써서 돌려보낸다.
무오년(戊午年, 1918) 고선(姑洗, 음력 3월 )상휴(上休)
제주의 양회락(梁會洛)이 삼가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