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관 박재빈을 애도하는 제문[祭朴敎官載彬文]
지난 해에 박도정(朴都正)을 곡(哭)했는데, 도정(都正)은 바로 공(公)의 조카이다. 조카가 국난에 목숨을 바쳐 그 의기(義氣)가 빛났다. 이것으로 공의 집안의 교훈에 법도가 있고, 대대로 충효를 청전(靑氈)으로 삼은 것을 알 수가 있다. 공(公)을 따라 평생 동안 검소하고 본래 넉넉해서 맑은 덕(德)의 일면을 볼 수가 있었고, 문장을 잘하여 100년 동안 훌륭한 명성을 말할 수 있었다. 관직의 품계는 매우 높고, 청색과 자주색의 인끈을 즐겼으며 말이 신중했으니 자황(雌黃)을 어찌 드러냈겠는가? 버선처럼 재주가 없는 병휘(柄輝)가 오리와 기러기를 타는 것 같아 진실로 강호(江湖)의 경중(輕重)이 되기에 부족했으나 오히려 멀리 내쳐버리지 않았다.
늘 너그러운 접대를 받았고, 그 의(義)는 잊어버리기가 어렵다. 아!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현인(賢人)을 위해 멈추지 않는다. 어린 시절이 백발의 노년이 되어 청산(靑山)의 새로 만든 무덤에서 영결(永訣)을 하고 글을 지어 곡(哭)을 하는데 어찌 한도가 있겠는가? 나홀로 끝없이 소리내어 운다. 이 날은 무슨 날인가? 오늘 다시 도정(都正)을 애도하던 곡(哭)으로 공(公)을 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