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에게 경고하는 글[警示賊徒文]
너희 동도(東徒)는 내 말을 잘 들어보라!
난신적자(亂臣賊子)는 반드시 사사(士師)가 아니더라도 사람마다 죽이려 할 것이고, 사악한 얘기와 정도(正道)를 해치는 말은 반드시 성현(聖賢)이 아니더라도 사람마다 공격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성인(大聖人)이 춘추(春秋) 1부(部)를 지어 세상에 전하고 법을 세운 교훈이다. 만약 너희들이 여기에서 벗어난다면 이것은 성인의 말씀을 모독하고 천명(天命)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너희들은 모두 우리 임금의 신하가 아닌가? 너희들의 할아버지와 아비가 거의 10세(世)동안 500년이 넘게 임금의 교화를 입었고, 너희들이 하늘을 받치고 땅에 서서 옷을 입고 곡식을 먹으며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 누구의 힘인가? 설령 불행하게도 외국의 침탈이 있으면, 진실로 마땅히 죽기를 서약하고 힘을 합쳐 외적의 업신여김을 막고 적개심을 가져야 하거늘, 너희들은 어찌하여 근세 이후에 사악한 교리(敎理)에 점점 물들어 어리석은 무리를 불러 모아 여러 읍들을 제멋대로 다니고, 나라의 법을 함부로 어기며 군기(軍器)를 탈취하여 임금의 군대와 맞서면서 도리어 보국안민(輔國安民)이라는 말로 시대를 우롱하느냐? 너희들의 마음은 길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다. 이는 바로 사설(邪說)의 거괴(巨魁)는 난적(亂賊)의 수창(首倡)이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도망갈 곳이 없다. 너희들이 충효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충성스럽고 효성스런 사람도 이런 일을 하는가? 위로는 국가에 소간지우(宵旰之憂)를 끼치고, 아래로는 백성에게 농사를 망치는 피해를 남겼다. 이와 같은 것이 정말 보국안민인가? 더욱이 너희들은 옛 역사를 읽은 적이 없는가? 치우(蚩尤 )가 난을 일으켜서 동액(銅額)에 안개를 일으켰으나, 끝내 탁록(涿鹿)에서 사로잡혔다. 황건(黃巾)과 미적(米賊)이 천하에 가득했으나, 여러 영웅들의 손에 모두 전멸되었다. 너희 같은 무리가 회회구파(回回毆巴)의 허황된 도술(道術)로 불선(不善)한 자들을 꾀어 감히 반역을 일으키니, 어찌 3천리 강산에 충성스럽고 의로운 영웅호걸 중에 죄를 성토하는 자가 없겠는가?
지금 너희들을 위하는 계책으로는, 병기(兵器)를 놓고 법사(法司)에 자수하는 일만한 것이 없다. 그렇게 한다면 나라에서는 하늘과 땅처럼 관대한 도량으로 보아 반란을 일으키고 나쁜 풍속에 오랫동안 물든 것을 모두 새롭게 할 것이다. 그러나 끝내 마음을 바꾸지 않고 사납게 버티어 감히 대적한다면, 하늘에 있는 조종(祖宗)의 영령(英靈)이 크게 화를 내어 벌을 내리고 전부 없애어 후손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마저도 너를 버려 구제하지 않고 죽일 것이다. 너희들의 말에, “어찌 한 임금의 백성으로 서로 공격하는가”라고 하였는데, 너희가 임금의 백성임을 안다면 임금의 백성이 이럴 수 있는가? 아버지가 비록 자식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불효해서는 안되며, 임금이 비록 백성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불충(不忠)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만고(萬古)에 변하지 않는 일정한 법도이다. 너희들이 지금 하는 행위가 마음에 편안한가? 이치에 합당한가? 마음이 편하지 않고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 데도 참고 이것을 한다면 반역이 매우 심한 것이다. 단지 한 나라와 당대(當代)의 죄인이 될 뿐만 아니라 천하만세(天下萬世)의 죄인이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이단(異端)과 사설(邪說)의 피해는 홍수와 맹수보다 심하다”고 했는데, 그 폐단이 1,000리까지 피가 흐르고 죽은 시체가 100만(萬)이 되기에 이르렀다. 고금(古今)을 둘러보아 진실로 거짓이 아닌 말이다.
내 이름은 김한섭(金漢燮)으로 일찍이 집안의 훈계를 이어 위기지학(爲己之學)에 대해 조금 알고 있다. 또한 스승과 친구를 따라 읽은 것이 성현의 책이고, 익힌 것도 충효의 도리이다. 이것 외에 바르지 않은 책은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고 법도가 아닌 말은 입 밖으로 내본 적이 없다. 비록 외지고 궁벽한 곳에 거처하더라도 매번 너희들이 요사스런 술학(術學)으로 사람을 꾀어 무리를 모은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입이 아프도록 배척하는 것은 우리의 정도(正道)를 해치기 때문이다. 비록 작은 아교로 탁류(濁流)를 그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더라도 하나의 촛불이 어두운 거리에 빛이 나게 하기를 바라는 데에 비유할 수 있다. 너희들이 진실로 이런 것 때문에 나에게 분풀이를 하려 한다면 병사 1명에게 찔러 죽이라고 하면 그만인데, 어찌 하여 번거롭게 너희들의 많은 무리를 동원하는가? 옛날부터 어지럽지 않은 나라가 없었다. 그러나 난이 평정되면 민생(民生)은 태연스러워졌다. 지금 너희들은 죽음을 면할 수 없는 반역죄일 뿐 아니라, 우리의 인륜과 덕망을 갖춘 사람들을 점점 오랑캐와 금수(禽獸)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하여 기자(箕子)나라의 3천년 예의가 있는 풍속을 전부 없애게 하였으니, 그 화와 죄는 어찌 난리를 일으킨 것의 2배 5배 뿐이겠는가?
옛날 노(魯)나라의 왕동(汪童)이 어린 나이에 사직(社稷)을 위해 죽으니, 성인(聖人)은 어린애의 예로 장례를 치르지 말고 성인(成人)의 예로 장례를 치르도록 하였다. 지금 나는 늙고 병들어서 곧 죽을 것이다. 비록 왕동이 했던 것처럼 무기를 잡고 사직을 지킬 수 없더라도, 만약 성인의 도를 지키고 사설(邪說)을 배척하다가 너희들에게 해를 입는다면 나도 달갑게 여길 것이다. 갑작스럽게 오는 변고는 성인도 면하지 못하였다. 내가 비록 어리석더라도 어찌 두려워서 달아나 몸을 온전히 보호할 것을 도모하겠는가? 세상의 사람 중에 한번 죽지 않는 자가 누가 있겠는가? 죽을 데 죽는다면 그것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없다. 생(生)을 버리고 의(義)를 선택하며, 자신을 버려 인(仁)을 이루는 것을 마음먹은 지가 오래되었다. 밖으로부터의 영욕(榮辱)에 내가 어찌 관여하겠는가? 내가 머무는 곳은 수양산(首陽山) 아래이다. 죽는 날에 수양산 옆에 묻혀 백이(伯夷)와 숙제(叔齊) 두 사람을 따라 지하에서 노닐게 된다면 충분하다.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
숭정(崇禎) 다섯 번째 갑오년(甲午年, 1894) 5월 1일 아침에 뇌산(雷山) 병인(病人)이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