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기문을 덧붙인다 [附亂中記聞]
보령현의 어떤 처자 1명이 동도에 끌려가다가 미리 숨겨 두고 있던 숟가락 끝으로 자결을 하였다. 난도가 놀라고 두려워서 이후부터는 부녀자를 욕보이는 패악한 행동을 그만두어 1개 현이 그 은혜를 입었다.
홍주의 유생 유진뢰의 아내 이씨와 송종록의 아내 정씨(鄭氏)는 모두 일찍이 과부가 되었으나 늙은 시부모를 봉양할 수 없을 것을 걱정하여 차마 결심을 하지 못하다가 동도가 일어나서 욕설이 자기에게 미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모두 약을 먹고 자살을 하였다.
보령현의 조씨(趙氏)부인 송씨는 정숙한 여자였다. 그 집안이 제법 넉넉하여 해마다 쓰고 남은 곡식으로 재산 늘리는 것을 도모하지 않고 모두 손님을 접대하고 가난한 자를 구제하며 자식을 가르치는 비용으로 썼다. 늙어서 며느리와 자식의 말을 들은 뒤에는 가산은 점점 늘어갔으나 손님은 점점 줄었다. 그 자식이 함께 교유하는 자들이 모두 재물을 늘리는 부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식을 불러 꾸짖고 다시 직접 집안 일을 단속하여 옛날 규례를 회복하니 마을에서 칭송하였다. 그 증손에 이르러 늙은 과부와 어린 애만이 있었다. 동요가 일어났으나 난도들이 서로 경계하여 감히 송씨네 집에 침입하지 않았다.
동요가 일어났을 때에 마침 노비를 풀어주는 조령(朝令)이 있었는데, 난도가 이것을 빙자하여 행패를 저지르고 마음대로 빼앗았다. 홍주의 어떤 사람에게 나이 어린 여종이 있었는데, 그 노비문서를 내어 주어 떠나가게 하였다. 여종이 이에 손가락을 물어 뜯어 피가 문서를 적시었고 소리내어 울며 끝내 떠나가지 않았다.
홍주의 푸줏간 종의 자식이 저들의 꾀임에 빠져 어느 날 밤에 주문을 외었는데, 그 아비가 심하게 매질을 하고 깊숙한 방에 가두어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목천의 유생 주경섭(朱經燮)이 비도의 협박을 받고 시를 지어 말하기를, “차라리 지하의 무두귀(無頭鬼)가 될지언정 어찌 인간세상에서 성인이 짓지 않은 글을 읽겠는가”라고 하고, 바로 칼을 빼어 자살을 하니 저들이 놀라 흩어졌다.
목천현에 어떤 촌노(村老) 1명이 있었는데, 비도에게 협박을 당하여 말하기를, “나는 그대의 신통한 술법으로 총구멍에서 물이 나온다고 들었다. 내가 시험해 볼테니 그대는 내가 쏘는 포를 받아 보라”고 하니, 저들이 더욱 억압하였다. 늙은이가 바로 새로 갈은 도끼를 들어 자신의 발을 자르면서 말하기를, “우리 마을의 사람 중에 적을 따르는 자는 이 도끼로 내 발처럼 그 머리를 자르겠다”라고 하니, 적이 모두 놀라서 흩어졌다.
전의(全義) 땅에 향천(鄕賤), 천민 1명이 비도에 억지로 들어갔는데, 그 어미가 말하기를, “나에게 난적의 자식이 있으니 어찌 구차하게 살겠는가”라고 하고, 마침내 음식을 끊고 굶어 죽을 것을 결심하였다. 그 아내도 말하기를, “내가 차마 부도(不道)하고 불효한 자의 아내가 될 수 없다”라고 하고, 역시 전혀 먹지 않고 죽을 것을 맹서하였다. 그 사람이 크게 두려워하여 그들에게 가서 이 일을 고하며 말하기를, “나 한사람을 죽여 내 어머니와 아내를 온전히 하겠다”라고 하니, 적도 놀라고 두려워서 바로 그들을 떠나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였다.